더는 매니악 문화가 아니다? Netflix가 도모하는 애니업계의 '산업혁명'
- shinopa
- 2017년 8월 13일
- 2분 분량
먼저 말하자면, 전문적인 비즈니스 입장에서의 관측과 평가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본인은 어디까지나 한 명의 평범한 소비자, 즉 애니메이션 오타쿠로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말할 것도 없이 넷플릭스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한국에서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TV송출 방송조차 밀어낼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업계 부동의 1위이며, 주가는 약 170달러로 애플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업계는 이런 글로벌 대기업이 낄 자리가 아니었다.
애니 업계 제일의 큰손인 카도카와 역시 일본 자국 위주로 돌아가며,
무엇보다 애니 비즈니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대기업을 만들기엔 부족하다.
이런 넷플릭스가 북미를 점령하고는 이제 아시아를 노리고 있다.
특히 아시아 영상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금까지 그 어떤 글로벌 기업도 건드리려 하지 않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흡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충실한 고객으로서 말하자면, 한 번 쯤 혁명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이 업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십여년을 못버티고 망하는 것이 확정일테니.
;애니메이션의 목적이 라이트노벨 홍보가 되어버리면서 하락한 분량과 퀄리티
;업계 종사자들의 신분을 빈민층으로 다운시키는 노동구조
;불법다운로드로 부당하게 실패한 수익모델 등은 이미 종사자, 소비자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닌 것이, 마치 구멍을 뚫어놓은 모래성 같다.
넷플릭스는 이들을 한방에 해결할 비책일 수도 있지만,
과연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있을 지는 보장된 것이 없다.

소비자로서 가장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제대로된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점점 작품성보다는 캐릭터성, 즉 '얼마나 귀엽냐'로 승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넷플릭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향성이다. 그게 먹히는 것은 정말 소수니까.
따라서 단순히 제작비 증가에 의한 퀄리티 향상에 더해서, 작품성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본즈와 I.G.가 제작하는 A.I.C.O. -Incarnation-, B: The Beginning , '세인트 세이야'등이 세계를 노리고 있지만
당장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시험을 걸어볼 부분은 쿄애니의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아닐까?

허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이라는 것이 참으로 애매하다.
넷플릭스는 분명히 '모에요소'를 철저히 배제 혹은 최소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과연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해왔던 베스트는 '작품성으로는 할리우드 영화 뺨치지만 캐릭터는 상당히 모에한 명작 오타쿠 애니메이션' 이다.
실로 애매하다.
중요한 점은, 넷플릭스는 이런 소수의 요구는 받아들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대기업 넷플릭스의 출사표는 '세계에 애니메이션 팬을 만들겠다'였다.
세계진출에 모에라는 요소가 방해된다면 내치는 것도 서슴치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지원한다면, 작품의 키를 잡는 것은 그들이다.
우리의 애매하고 미묘한 요구를 넷플릭스가 이해할지 어떨지는 꽤나 걱정되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사업이 흥행한다면의 이야기지만, 그렇게 된다면 업계는 정말 달라진다.
소수 오타쿠의 전유물이었던 일본 애니가 세계에 얼마나 먹힐지, 그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 때 일본 애니가 맞이할 것은 몇십 배는 불어날 팬들, 혹은 단순한 멸종이라는 극단적인 결과 중 하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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